한공주 천우희 독립영화 결말 해석 명대사 관람평 정보 줄거리 사과를 받는데 저는 왜 도망가야 해요

이번에 리뷰할 독립영화 <한공주>(2014)는 집단 성폭행 당한 여고생의 새로운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세상을 불편하게 보여주는 영화지만, 꽤 현실적이기도 해 반성하고 한탄하며 이 영화를 시청했습니다. 지금부터 <한공주>의 정보, 줄거리, 결말 해석, 명대사 그리고 제 관람평을 소개하겠습니다.

 

<한공주> 정보

한공주 포스터 / 출처 : 무비꼴라쥬, 네이버영화

 

한공주(Han Gong-ju)

개봉 : 2014.04.17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 드라마, 독립영화

112분평점 : 8.57/10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OTT : 넷플릭스, 왓챠, 티빙, 웨이브, 애플 TV

연출 : 이수진 감독

출연진 : 천우희, 정인성, 김소영, 이영란, 권범택, 조대희, 김최용준, 김현준..

수상 : 51회 백상예술대상(영화 여자신인연기상, 2회 들꽃영화상(대상, 여우주연상), 10회 맥스무비 최고의 영화상(최고의 여자배우상, 최고의 독립영화상), 35회 청룡영화상(여우주연상, 신인감독상), 34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각본상, 여우주연상

 

<한공주> 줄거리

열일곱, 누구보다 평범한 소녀 한공주. 음악을 좋아하지만 더 이상 노래할 수 없고, 친구가 있지만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다신 웃을 수 없을 것만 같았지만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와 노래는 공주에게 웃음과 희망을 되찾아준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전 학교의 학부형들이 공주를 찾아 학교로 들이닥치는데... 한공주, 그녀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공주> 해석 1 : 피해자가 도망치는 사회

 

저는 잘못한 게 없는데요.
- 한공주(천우희) -

 

한공주(천우희)와 전화옥(김소영)는 전화옥의 남자친구 동윤(김최용준)과 그를 괴롭히는 일진 무리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무려 43명이다. 한공주는 동윤이 일진 무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자, 그를 감싸주었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건 수면제가 차있는 음료다. 그렇게 강간을 당하고, 영상이 찍히고, 음악을 사랑했던 평범한 여고생 한공주의 삶은 얼룩진다. 전화옥은 성폭행당한 이후 임신을 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하루아침에 영혼과 절친을 잃은 한공주는 이를 경찰에 신고하고, 가해자들은 입건된다. 그러나 그녀는 몰려오는 학부모들 때문에 전학을 가게 된다.

한공주  / 출처 : 무비꼴라쥬, 네이버영화

 

한공주(천우희)는 '지옥의 도시'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삶을 시작할까? 과연 이 사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걸까? 한공주는 이사 오면서 사람들에게 자신을 내보이는 것을 극도로 조심한다. 믿었던 친구 동윤에게 배신 당해서, 사람들이 무섭기 때문일까?

한공주  / 출처 : 무비꼴라쥬, 네이버영화

 

그렇지만 그녀에게 다가와준 따뜻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은희(정인선). 아카펠라를 하는 이은희는 음악적 재능이 있는 한공주와 친해지고 싶어 계속 마음의 문을 두드렸고, 결국에는 문이 열린다. 그렇지만 친구들이 한공주의 사진, 동영상을 찍거나 이를 인터넷에 올릴 때 예민하게 반응한다. 아직 그 상처에 그녀는 고여 있는 것이다. 

한공주  / 출처 : 무비꼴라쥬, 네이버영화

 

결정적으로, 그녀의 아버지는 가해자들에게 탄원서를 사인해주고, 탄원서를 받지 못한 다른 학부모들은 한공주(천우희)의 학교에 몰려와 탄원서를 적어달라고 강압적으로 요구하고, 그녀의 탓이라고 막말을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자기 자식만 그렇게 소중한가? 아무리 자신이 배 아파 낳은 아들이라 한들, 그 아들이 한 사람을 상처 입혔다면 사과가 먼저가 아닌가? 눈 가리고 탄원서만 받으면 악에 삼켜지는 중인 아들은 돌아오는가? 뻔뻔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다. 이 부모들은 자식만 감싸다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 죽은 전화옥(김소영)을 모욕하는 것이고 산 한공주(천우희)의 새 삶을 망치는 것이다. 친구들은 유포된 한공주의 영상을 접하게 되고, 그들 또한 어린 나머지 충격을 먹고 공주를 외면해 버린다. 

한공주  / 출처 : 무비꼴라쥬, 네이버영화

 

이 세상은 한공주(천우희)에게,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너무나도 잔인한 것이 아닌가? 이 영화는 성폭력 피해자들을 수면 위로 올리고 이들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를 시작한 '미투' 운동 전에 공개됐다. 그렇다면 그 시절을 상상해 보자. 성폭행을 당했지만, 이들이 먼저 '꼬리를 쳤'다거나 이들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편견, 만약 여자들이 이런 시선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이미 '더러워졌다'는 동정심 섞인 경멸스러운 시선, 이들의 잘못이 아닌데도 그들이 잘못한 것처럼 몰아가는 사회. 결정적으로 가해자는 당당한데 죄인이 되는 피해자. 지금도 이런 시선이 존재한다. 우리 모두 이런 생각 하나가 피해자들의 피부를 할키고 파고들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사과를 받는데 저는 왜 도망가야해요?
- 한공주(천우희) -

 

<한공주> 해석 2 : 결말 - 다시 떠오르자!

한공주  / 출처 : 무비꼴라쥬, 네이버영화

 

한공주(천우희)의 절친이자 집단 성폭행 피해자 전화옥(김소영)은 임신한 걸 알고 다리에서 떨어져 익사했다. 그걸 보고 한공주는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녀의 목표는 '물에서 떠오르기'다. '물에 빠지면 죽으니까.' 보통 사람들은 '물에 뛰어내리지 않으면 돼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공주는 자신이 다리에 떨어지고 싶을 순간을 예상한 걸까? 자신이 예전 일로 이 세상에서 자신을 지우고 고통을 끝내고 싶다는 그 마음을? 그렇게 그녀는 가해자 부모들이 그녀를 괴롭히고 친구들이 외면할 때 다리에서 뛰어내린다. 그녀의 친구처럼.

 

한공주  / 출처 : 무비꼴라쥬, 네이버영화

 

그녀를 삼켜버린 강에서 그녀는 다시 떠오른다. 헤엄치며 강의 물살에 저항한다. 무슨 의미일까?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마음대로 되지 않고 인생의 그래프가 꺾인다고 느낄 때가 있다. 하락세를 타는 이 그래프 속에서 절망하고 비관하고, 그리고 죽음을 꿈꿀 수 있다. 그러나 죽고 싶어서 죽는 사람은 없다, 고통스럽기 때문에 살 수 없다고 판단해서 죽고 싶은 것이다. 그렇지만 마지막 죽음의 순간, 우리는 다시 헤엄쳐 나올 수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우리는 다시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우리 모두 힘들 때마다 헤엄치는 한공주를 떠올리고 '다시 떠오르자'라고 외쳐보자. 

 

<한공주> 명대사

 

잘잘못은 법원 가서 때지는 거고, 사람 사는 세상에 뭐, 잘못했다고 죄인이고, 그러지 않았다고 그러지 않은 것도 아니야.
- 이난도(조대희) -

 

믿음이라는 게 사람 사이에 제일 중요한 거야. 불신만 가득하다고 생각해 봐라. 얼마나 불행하겠니, 그렇지?
-  조여사(이영란) -

 

그렇게 맨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으면 불안해서 살 수가 없어.
- 조여사(이영란) -

<한공주> 관람평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다. 이 영화를 보면서 사람에 대한 회의감, 사회에 대한 분노, 피해자들을 향한 죄책감이 들었다. 지독하게 현실적이기에, 고개가 자연스럽게 수그려지는 게 아닐까 싶다. <한공주>를 보면서 불편했지만, 이 또한 우리 사회이기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그들에게 죄를 짓고 있다는 걸. 그리고 우리도 모른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이기심과 차가운 시선으로 고통스러워한다는 걸. 특히, 한공주의 편의점 사장이자 가해자 동윤의 아버지가 그 성폭행 현장에서 피해자들은 내버려 둔 채 자신의 아들만 밖으로 데려오는 것을 보고 경악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마도 내 기억 속에 오랜 시간 남아있을 장면일 듯하다. 경악스럽고 어둡지만, 이 영화가 '수작'이라는 데에 한치의 이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