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명작인 이언 매큐언의 소설 <어톤먼트>를 기반으로 한 2007년 영국의 감독 조 라이트의 영화 <어톤먼트>를 소개합니다. 제임스 맥어보이와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으로 영국에서 1935년부터 이 둘의 로맨틱하지만 아련한 사랑, 그리고 몽환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카메라에 디올 스타킹을 씌웠다는 아름다운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 <어톤먼트>의 줄거리
1935년 영국, 부유한 집안의 아름다운 딸 세실리아(키이라 나이틀리)는 시골 저택에서 여름을 보내던 중 집사의 아들이자 명문대 의대생 로비(제임스 맥어보이)와 마주친다. 어릴 때부터 서로에게 애틋한 마음이 있었지만 쉽게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던 이들은 그날 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하지만 이들을 지켜본 세실리아의 동생 브라이오니의 오해로 로비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전쟁터로 끌려가게 된다. 이후 세실리아는 로비가 전쟁터에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간호사로 일하게 되고, 로비 또한 세실리아를 다시 만난다는 단 하나의 일념으로 전쟁터에서 살아남는데…
영화 <어톤먼트>가 보여주는 제임스 맥어보이 x 키이라 나이틀리의 아련한 멜로
로비(제임스 맥어보이)는 세실리아(키이라 나이틀리) 집의 가정부 아들로, 그녀의 가족에게 경제적인 도움으로 케임 브리즈 의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며 서로에 대한 애틋하고 깊은 마음을 품어왔지만 신분차이 때문에 모른척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실리아가 로비가 의대를 가면서 오랫동안 못 만난다는 것을 알고 그에게 오랜만에 말을 건다. 이때 그는 의사가 되어서 그녀의 아버지에게 빚을 갚을 계획을 그녀에게 말한다. 그가 그녀의 가족에 빚이 있는, 동등한 입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유하고 아름다운 그녀를 감히 그가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자신은 그녀의 분수에 맞지 않다고 믿었을 것이다.
이야기하던 중 그가 그녀의 화분을 들어준다고 하다가 결국에는 손잡이가 부러졌다. 그중 한 조각이 분수대에 빠져 그녀는 물에 들어가 이를 줍는다. 그렇게 그는 그녀의 젖은 모습을 보게 되고 그녀의 대한 그의 욕망을 힘겹게 참는다. 그 이후 그는 이 일에 대해 사과하고 싶어서 편지를 쓰는데, 계속 쓰던 편지를 찢어버리던 중 그의 숨겨왔던 욕망과 사랑을 표출했다. 그러면 안 되는 것을 알 바로 옆에다가 치워버리고, 정중한 편지를 작성했지만, 실수로 '비공식적'인 편지를 그녀의 동생 브라이오니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편지를 받은 세실리아는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이들은 마음이 통하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오랫동안 기다리고 은폐하며, 더욱 깊어진 사랑의 결실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이를 브라이오니가 목격하게 된다. 로비의 편지 속 외설적인 표현을 보고 그에 대한 이미지가 이미 상한 브라이오니는 그녀의 언니가 그에게 겁탈을 당한 것이라고 오해한다. 한편, 그녀의 사촌이 한밤 중 강간을 당하고 브라이오니는 로비가 그랬을 것이라고 확신한 나머지 거짓 진술을 했고 그렇게 세실리아와 로비는 이별하게 되었다. 처음 이 둘의 마음을 확인한 날 이 둘은 가장 비참한 방법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3년 반이 지나서야 이 둘은 만난다. 브라이오니의 진술 때문에 감옥에 가게 된 로비는 참전을 선택해 석방되고 그제야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세실리아는 그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그의 인생을 망친 그녀의 가족과 연을 끊으며 간호사로 '속죄'하면서 살았다. 자신을 기다려주는 그녀를 보며 혼란스럽고,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스럽고 슬펐을 듯하다. 이런 모습으로 그녀 옆에 서고 싶지 않았는데... 그런데 "Come back, come back to me"라고 '마음의 공허함'을 채워주고 돌아갈 곳이 없는 그의 불안감을 해소해 주는 세실리아를 보며 그녀를 더 그리워하고 사랑하게 된다.
I will return, find you, love you, marry you and live without shame.
The story can resume, our story can resume, I'll simply resume.
영화 중 로비의 대사
전쟁 속에서 그녀만을 생각하며 버티는 로비의 아프고 슬픈 사랑을 알 수 있다. 끊겨있던 이 둘의 이야기가 이 둘이 서로 마음을 확인했던 때로 돌아가 이어 붙이고 싶은 그의 마음. 그녀에게 더 이상 부끄러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 고민과 숨김 속에서 커졌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그의 사랑을 다시 돌아가서 마음껏 표출하고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그의 애틋하고 깊은 마음. 그러나 그는 패혈증으로 그녀에게 돌아가지 못한 채로 세상을 떠났고, 그녀 또한 독일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다.
영화 <어톤먼트>가 보여주는 브라이오니의 '속죄' (Atonement)
이 영화의 제목은 "Atonement", 즉 '속죄'이다. 왜 작가는 redemption, expiation 등 속죄를 표현하는 다른 단어들도 있는데 atonement를 선택했을까? Atonement를 쪼개서 이해하면 at-one-ment으로 한(one) 곳(at)으로 움직이다(ment), 다른 말로 '분리된 것들이 한 곳으로 모임"을 뜻한다. 브라이오니의 속죄 방법으로 보면 왜 작가가 Atonement라는 제목을 선택했는지 알 수 있다.
먼저, '속죄'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속죄가 가능한 것인가? 작은 죄, 속죄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관계, 용서할 의지에 따라 다른 것 같다. 그 사람과의 관계를 끊고 싶다면 속죄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만약에 다른 사람 마음에 큰 상처를 내고 인생을 망쳐 버렸다면 속죄할 수 있을까? 이미 고통의 늪에 빠진 그 사람은 고통으로 빠뜨린 사람에게 원망, 미움, 슬픔,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자신이 자신을 망치는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나를 박살 냈다면, 더욱 비참하고 절망적이고 격분할 것이다. 그렇다면 더욱 속죄를 받아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사실 속죄한다고 해도 어떻게 속죄할 수 있을까? 속죄가 가능한 범위가 아니지 않은가? 아무리 큰돈을 준다고 해도 그 사람으로 인해 자신이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찾아올 수 없지 않은가?
브라이오니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을 안다고 생각해 충분히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로비를 강간범으로 지목해 결백한 그의 인생을 망쳤다. 그가 가고 싶었던 의대 진학, 함께 있고 싶었던 세실리아와 그의 어머니를 포기하고 감옥, 전쟁을 경험하며 비참한 결말을 맞이했다. 이를 속죄할 수 있는가? 로비에게 빼앗아 간 것들을 보상해 줄 수 있는가? 그 시간, 고통, 그리움을 어떻게 할 것인가?
브라이오니는 성장해 가면서 조금씩 그녀가 로비에게, 또 그를 사랑하는 세실리아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삶의 무게, 그리고 책임감에 대해 배우기 시작한 것일까? 그녀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캐임브리지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간호사가 되었다. 브라이오니의 "내가 어떤 일을 했는지 도망칠 수가 없어." 대사는 그녀가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고 수치심, 죄책감, 미안함으로 그녀의 삶이 물들여 가는 것을 보여준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고 잘 사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권선징악이 항상 일어나지 않는 현실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죄책감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 진실로 후회하게 된다면, 자기 자신에 대해 신뢰가 떨어지고 과거에 살게 되며 자신이 인생에서 겪게 되는 고통들에 대해 체념 하게 된다. 행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남의 아픔과 고통 속에 자신을 잠식시켜 버린다. 그렇게 브라이오니는 불행 속에 살면서 속죄했다.
브라이오니는 세실리아와 로비에 대해 <어톤먼트>의 소설을 쓰면서 그들에게 속죄하려 했다. 현실에서는 로비가 참전한 후 다시 보지 못했던 이 둘을 소설 속에서는 다시 만나게 하고, 진짜 강간범이 누구인지 밝히면서 (세실리아의 오빠 친구, 베네딕트 컴버배치) 정의를 실현하고, 행복하게 함께 살게 했다. 극 중에서라도 행복하게 해 주려는 그녀의 심리를 볼 수 있다. 이는 Atonement, 떨어져 있는 두 사람을 함께 하게 하는 것, 바로 속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책 안에서 행복하게 하는 것이 속죄일까? 자신의 풍부한 상상력으로 이 둘을 고통 속에 몰아넣었으니 그 상상력으로 이 둘을 행복하게 함으로써 죄를 씻어내 보려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속죄가 되지 않지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기에 이 소설을 썼을까? 브라이오니는 밉지만 평생을 죄책감에 불행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 한탄스럽고 슬프다. 그녀는 세실리아와 로비의 인생을 망쳤지만, 그녀의 인생도 망쳤기 때문이다.
속죄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서, 나는 속죄할 일이 없는가 기억을 되새김질해보았다. 남의 가슴에 못 박고 어찌 나는 잘 살 수 있겠는가? '남들에게 피해 주면서 살지 말자'라고 또 한 번 다짐하게 된다. 만약에 나에게 잘못한 사람이 나에게 사과한다면 난 받을 수 있을까? 속죄를 받아줄 수 없다고 해도 남이 속죄하려는 노력을 보인다면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질 것 같다.
역시 <어톤먼트>는 제임스 맥어보이의 매력을 듬뿍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의 리즈 시절의 아름다움, 청량함, 아련함을 보고 싶으시면 강추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어톤먼트> 소설도 읽고 싶네요. 이 영화는 세드앤딩이어서 그런지 여운이 많이 남네요. 아직 제 마음속에서 보내주기가 싫어서 리뷰글도 참 안 써졌나 봐요. 이 영화는 80회 미국 아카데미 음악상, 61회 영국 아카데미 작품상, 프로덕션디자인상, 65회 골든 글로비 작품상, 음악상, 28회 런던 비평가 협회상 영국 남우주연상, 영국여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재밌고 매력적인 영화 <어톤먼트>는 왓챠랑 쿠팡플레이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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